stickyimage

커피 제3의 물결 ⑪, 2013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 Matt Perger 인터뷰

SAMSUNG CSC

2012 World Brewers Cup 챔피언(세계 브루잉 커피 경연대회), 2013 World Barista Championship(세계 바리스타 경연대회) 준우승, 최근 Matt Perger가 이룬 업적들이다. 그가 말하는 ‘The Perfect Cup’은 바리스타가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축적할 때 비로소 일정한 품질의 커피를 지속가능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맷 퍼거가 처음 WBC라 불리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호주 바리스타 예선에 참가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시연은 매우 낯선 모습이었다. 커피를 그라인더에 분쇄하는 순간부터 향미가 날아가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추출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믿음을 보기 좋게 무시했기 때문이다. 맷은 그라인딩한 커피를 포타필터의 바스켓에 담아 저울에 재고 추출했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빈브라더스 세미나에서 만난 Matt Perger)

하지만 그의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 장면은 현재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많은 스페셜티 커피숍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되었다. The Perfect Cup을 위해 많은 바리스타들이 제공하는 커피의 정량화가 커피 품질의 일관성에 기여하는 바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맷 퍼거는 호주 멜번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숍인 St.Ali와 Sensory Lab의 고문으로 활동중이고, 또 세계 대회를 준비중이다. 지난 달 한국을 방문했던 맷 퍼거를 빈브라더스(www.beanbrothers.co.kr) 주최의 세미나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SAMSUNG CSC

(사진 설명: 호주 멜번에서 날아온 맷 퍼거가 소속된 St.Ali의 커피 원두)

Q1. 현재 나이는?

햇병아리정도의 나이 23이다.

Q2. 커피를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나?

17세부터이다.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 카페의 커피가 너무나 쓰고 기름기가 많았기 때문에 당시 커피에 대한 기억이 좋질 않았다. 오히려 그 당시의 커피는 나에게 “도데체 사람들이 왜 이런걸 마시는지”에 대한 의문만 품게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커피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동기에 대해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에 대한 감을 잡고 싶었다. 커피도 어찌보면 요리가 아닐까라는 사고로 접근을 했고, 때문에 프로페셔널 바리스타 클래스를 신청하고 듣게 되었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 나는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에 나는 몸을 던졌다.

Q3. 그 이후로 계속 커피를 업으로 삼은 것인가?

실제 일은 17세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주말 파트 타임 근무였기 때문에 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고, 19살 이후부터 제대로 업으로 삼고 전시간 직업으로 삼았다. 업으로 삼기 전 나에게도 직업에 대한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고 북유럽 노르웨이 오슬로로 커피 여행을 떠났다. 북유럽이야말로 가장 커피를 많이 소비하기도 하지만 가장 멋지게 커피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곳에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시드니의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부터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Q4. 맷이 커피를 시작할 때 호주의 커피숍들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나?

어려운 질문이다. 커피숍들?이라고 말한다면 범위를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지만 우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현재도 호주 멜번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곳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곧 호주에서도 스페셜티 커피가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미국의 쿠킹 감성 매거진인 ‘킨포크 테이블(http://www.kinfolk.com/)’에서도 인터뷰한 바가 있지만 호주 사람들은 미식가들이다. 그들이 스페셜티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미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불과 호주에서도 2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멜번에서는 일주일에 하나꼴로 스페셜티 커피전문점들이 생겨나고 있고, 사람들은 스페셜티에 매료되어 가고 있다. 음식과 와인이 훌륭한 멜번이란 도시에 스페셜티는 아주 잘 어울리는 디저트이다.

Q5. 호주의 바리스타 환경이 궁금하다.

일단 수입은 괜찮은 편이다. 시간당 20-22 호주 달러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9%의 펜션(한국의 국민 연금 제도와 같은 일종의 호주 세금)과 함께 세금은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수입이다. 때문에 보통 일주일에 40-45시간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8-900달러를 주급으로 받는다. 더 나아가서 바리스타에서 관리자나 로스터가 되면 보통 더 많은 주급을 받기 때문에 커피쪽에서 꾸준히 일해도 생계에 지장은 전혀 없다. 내 생각이지만 미국보다 오히려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입이 괜찮은 것도 장점이지만 더 좋은 환경은 그 안에서 아름다운 커피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좋고 친절하기 때문이다. 굳이 힘든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하루에 보통 10-12시간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업무 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긴 편이라고 생각한다.

Q6.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떠한가?

사실 전문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확산으로 인해 점점 더 사람들이 바리스타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식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의 삼촌과 이모도 나에게 계속 대학에 진학할 것을 권유하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 호주도 아직까지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대학생들이 취미로 잠깐 해볼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우리 바리스타들이 전문직처럼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나아감으로써 사회적 인식을 바리스타들도 전문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바로 우리가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7.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나?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딱히 없다. 오히려 좋은 점을 말하겠다. 다른 업계에서는 사실 나와 같이 어린 나이에 자문이나 고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업계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고, 새롭게 해낼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기회가 많은 시장이다. 젊은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열심히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대회를 도전한지 몇년만에 세계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게 되지 않았나. 물론 근무시간이 길기 때문에 근무 시간을 마치고 또 남아서 연습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연습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Q8.  호주 대표로는 세계 대회에 몇 번 나갔나?

2번이다. 2번의 참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년도에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 우승이다.

Q9. 작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출전했을 때, 소속인 세인트 알리 커피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나?

그렇다. 항상 세인트 알리에 감사하고 있다. 본인의 좋은 성적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생두를 사주었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종 추출 머신 및 그라인더를 구입해 주었다. 특히 SCAA(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의 벤 카뮌스키를 나의 코치로 영입해서 세계 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세밀한 지원을 해주었다. 이 외에도 호주를 대표하는 스페셜티 업계 사람들도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세계 대회 저지로 오랫 동안 일했던 2명의 저지는 나의 시연 스크립트를 보면서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아주 상세히 조언해 주었다. 이번 년도에도 신세를 질 것 같다.

Q10. 작년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사용했던 의외의? 말코닉(Mahlkonig) EK43 그라인더는 어떻게 사용하게 된 것인가? 지금 커피의 스윗함을 최대한 끌여올려준다는 평가에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EK43 그라인더는 더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리잡고 있는 머신과 그라인더의 보이지 않는 룰은 천천히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호주의 경우 커피업계의 변화는 매우 느린 것 같다. 보수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좋은 것이 있다면 당장 적용해야 하는데 그 적용에 있어서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변화의 중심에 EK43 그라인더도 분명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DSC_7657

(사진 설명: 목동에 위치한 뉴웨이브 커피로스터스에 설치된 말코닉 EK43 커피 그라인더)

Q11. 전에 사용했던 그라인더는 무엇인가? 그라인더를 바꾼 이유는 그 그라인더의 어떤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인가?

말코닉 EK43 전에 사용했던 마지막 그라인더는 Mazzer Robur였고, 물론 좋은 그라인더였다. 하지만 나는 EK43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 메져 로버의 경우 추출이 원하는 만큼 집중되지 못해서 플레이버가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재 사용중인 EK43은 마치 레이저와 같이 추출이 집중되고, 맛이 분산되지 않아서 좋다.

이러한 차이는 EK43은 메져 로버보다 더 미세하게 분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커피 입자가 로버보다 10배까지 작을 수 있다. 사실 커피 입자의 표면적을 생각해보면 이는 엄청난 차이이다. 커피입자의 표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양으로 추출을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커피의 맛이 더 스위트해지는 것이다.

Q12. 현재 브루잉과 바리스타 부문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챔피언이 된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선 불러주는 곳이 많아서 여행을 많이 하게 되어서 좋다. 다른 나라의 커피씬을 본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또 내가 지금과 같은 여행에서 그 나라의 커피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사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기에는 아직은 어린 나이다. 나의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해가 더해질 수록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봐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매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시선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내가 해야할 일이고, 세인트 알리의 식구들이 나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이 새롭다는 건 그 어떤 직업에서도 느낄 수 없는 희열이 아닌가.

Q13. 현재 세인트 알리에서 어떤 일들을 맡고 있나.

현재 자문 역할도 하지만 생두를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역할도 한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한국 방문 일정이 끝나면 바로 콜롬비아로 떠날 예정이다. 생두 수입 외에도 추출 방법에 대한 연구, 바리스타 기술 등을 연구하고 이를 숍 매니저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Q14. 현재 세인트 알리에서 사용하는 커피들의 경우 로스팅 할때 브루잉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의 로스팅 포인트를 달리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이가 있나?

같은 빈(Bean)이라도 에스프레소를 위한 로스팅은 좀 더 강하게 볶는다. 브루잉이나 에스프레소 모두 같은 시간에 로스팅을 끝내지만 에스프레소 용이 브루잉용보다 볶는 온도를 더 높게 가져 간다. 브루잉 커피의 경우 좀 더 낮은 온도에서 로스팅되기 때문에 산미가 더 강조되고, 높은 온도에서 볶아지는 에스프레소 커피는 더 스위트해진다.

Q15.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맷은 커피를 접근할 때, 처음부터 비지니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기회가 좋았다. 물론 돈을 생각했다면 바리스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을 벌기 보다는 돈을 벌어서 재투자하는데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이러한 재투자가 결국엔 장기적으로 농장부터 로스터리, 카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세인트 알리가 추구하는 목표도 바로 그것이고, 나도 마찬가지이다. 세인트 알리의 식구들은 결국 날씨까지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할 것 같다. (웃음)

Q16. 한국의 바리스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항상 더 좋은 Cup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실천으로 즉시 옮겨라. 물론 중간 중간 슬럼프는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슬럼프가 있었다. 그 때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상의 진리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외에는 결코 아무 것도 믿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계속 치열하게 커피에 대해 의심했으면 좋겠다. 기존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문들 그리고 붕괴될 것 같지 않은 난공불락과도 같은 신념들이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으로 모두 무너지지 않았나. 내가 해본 기록들, 숫자들, 데이터들을 믿고 추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Q17.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아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적으로 커피 시장은 점점 스페셜티에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요에 의해 오르락 내리락하지 않는 커피 가격은 농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할 것이고, 소비자들에게는 완벽한 한 잔의 커피로 제공될 것이다.

현재 전세계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핫 아이콘답게 거침없는 입담과 확신에 찬 신념으로 미지의 세계를 헤쳐 나아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앞에 놓일 미래의 한잔의 커피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아직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한국보다 훨씬 커피 문화가 오래된 나라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는 여전히 불모의 분야이다. 불모의 분야를 개척해온 많은 커피인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현재 제철 과일과 같은 다양한 맛의 커피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인류가 결코 누려보지 못했던 호사일 수도 있다. 이 호사를 계속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을 독려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맡겨진 몫인 것이다.

5 years ago by in People , 최신뉴스. You can follow any responses to this entry through the | RSS feed. You can leave a response, or trackback from your own site.
About

수년전,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에서 마신 한잔의 커피로 인텔리젠시아 커피의 제프 와츠가 커피잔안에서 빛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아 커피 블로거의 길에 들어섰다. 2012년 7월부터 커피문화 매거진인 커피룩에 커피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2013년 4월에 채널A 먹거리 X파일의 커피 전문 검증단 패널로 '착한 커피'를 선정하는데 참여했다. 그후 커피 전문 블로거로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매거진에 커피 칼럼 기고 및 스페셜티 커피쪽의 다양한 커피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였었다. 현재는 Aving News의 기자로 스페셜티 커피를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