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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을 넘어 빈투바(Bean to Bar)로 ‘살롱 뒤 쇼콜라 서울 2014′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에 도덕적 가치를 담기를 원한다. 한 예로 탐스 스니커즈의 대성공의 배경에는 사람들의 도덕적 가치 추구에 대한 욕구가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설명: 살롱 뒤 쇼콜라 서울 2014 ‘에이미 초코’ 부스)

실제 이러한 접근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개념이 ‘공정무역’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공정무역’이라 하면 생산지의 생산자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자신의 소비가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생산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신은 소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지출에 대한 기꺼운 마음까지 들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전세계의 기성 초콜릿 제품이 소비됐을 때 생산자에게 전달되는 돈은 1000원 기준 32원 정도이며, 대개의 소작농들은 한 달에 100달러 이상을 벌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진정성 있는 ‘공정무역’이라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소비의 가치가 생산자에게 어느정도는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일이 공정하려면 반드시 일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몫을 받게 되었을 때 성립한다’고 말했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공정성에 대한 주장은 분명 현재의 ‘공정무역’이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비단 이러한 예가 초콜릿뿐만은 아니다. 예로 초콜릿보다는 시장의 질적 성장이 몇 배 더 빠른 커피의 경우에도 이러한 ‘공정무역’에 대한 회의로 인해 커피숍 오너나 커피로스터들이 직접 산지를 방문하여 생산자들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인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고,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커피로스터들이 다이렉트 트레이드 시장에 참여해 진정성 있는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다.

커피 시장의 이러한 도덕적인 성숙은 결코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실천하는 거래자와 생산자들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이러한 다이렉트 트레이드 시장이 계속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 있는 무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고 결국 소비자의 인식의 전환이 시장을 선순환으로 바꾼 셈이 된 것이다.

시장의 수준을 고급화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그 제품을 만드는 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소비자들의 초점이 가공품이 아닌 원재료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며, 그 결과로 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주제의 전시회들을 보면 그 나라, 그 지역의 시장 수준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 ’살롱 뒤 쇼콜라 2014′는 선순환으로 가는 길목에 이제 진입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작년의 살롱 뒤 쇼콜라의 테마가 ‘쇼콜라티에’였다면 이번에는 그 테마의 일부가 어느 정도 원재료인 카카오로 넘어온 듯한 느낌이다.

(사진설명: 태환자동차산업의 카카오로스터기)

카카오빈부터 초콜릿숍의 bar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고 적극적인 품질 개선을 위한 수고는 앞서 언급했던 커피의 ‘다이렉트 트레이드’와 유사한 방식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의 핵심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가치를 최저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유통과정이듯 빈투바(bean to bar) 역시 마찬가지로 카카오 산지부터 소비자의 식탁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트레이드의 모습을 가리킨다.

카카오 재배지에서 직접 카카오빈을 들여와 각 산지별 카카오빈의 개성을 부각시킬수 있는 로스팅 프로파일로 로스팅한 후, 껍질을 부수고 그라인딩해 카카오닙(카카오 배유: 카카오 열매의 씨앗중 초콜릿이 되는 주된 부분)을 얻어 다시 잘게 부숴 만든 것이 카카오 리쿼(매스)라 불리는 초콜릿 조각들처럼 보이는 재료이다. 마치 이 상태는 커피와 비교했을 때 그라인딩한 커피가루들을 카카오의 리쿼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후 커피가루에 압력이 가해지고 그 지방의 일부가 커피메뉴의 베이스가 되는 에스프레소로 추출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카카오 리쿼에 가압을 하게 되면 지방부분이 카카오 리쿼에서 추출되고 이를 카카오 버터라고 부른다. 커피와의 다른 점이라면 커피는 커피가루에서 추출이 이뤄지고 나면 남은 커피가루(커피퍽)을 버리거나 방향제 정도로 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카카오의 경우에는 남은 카카오 케익(지방성분이 추출되고 남은 부분)도 분쇄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즐기는 카카오 파우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카카오 리쿼에 카카오 버터를 첨가하여 설탕이나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서 콘칭(맷돌로 그라인딩)과정을 거쳐야 한다. 흔히 콘칭이라 불리는 스톤 그라인딩(Stone Grinding)과정은 콘칭기라고 불리는 맷돌 그라인더로 24-72시간 정도를 돌려주어야 부드러운 액상의 초콜릿이 된다.

(사진설명: 태환자동차산업의 콘칭기)

중요한 것은 초콜릿이 만들어질 때 이러한 과정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치열한 고민없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카카오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커피에서 다이렉트 트레이드 시대가 도래한 것은 마이크로 커피로스터들의 커피에 대한 괴짜스러울 정도의 철저한 연구와 치열한 고민의 결과인 것처럼 이제 국내 초콜릿 시장은 인공가향된 초콜릿이 아닌 카카오빈 자체의 개성에 포커싱된 ‘빈투바’ 초콜릿의 세계로 그 첫걸음을 내디디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빈투바의 실천에 대해 언급하기는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 시장의 규모가 작고, 소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에 자극을 가할 수 있는 것은 업계의 노력이다. 단순히 시각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넘어서 원재료인 카카오빈에 대한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커피 산업쪽에서 커피에 대한 플레이버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퍼블릭 커핑’이라는 다양한 산지와 농장들의 커피를 맛보는 대중적인 행사를 마련하는 것처럼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각성할 수 있는 초콜릿의 다양한 플레이버의 세계를 소개하는 마련을 하는 것 등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할지 모른다. 결국 가치의 핵심은 빈투바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빈투바의 정신을 갖는 것이다. 빈투바의 정신을 가진 모든 초콜릿숍들이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지 기대가 되는 살롱 뒤 쇼콜라 서울 2014 현장이다.

기사작성/김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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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에서 마신 한잔의 커피로 인텔리젠시아 커피의 제프 와츠가 커피잔안에서 빛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아 커피 블로거의 길에 들어섰다. 2012년 7월부터 커피문화 매거진인 커피룩에 커피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2013년 4월에 채널A 먹거리 X파일의 커피 전문 검증단 패널로 '착한 커피'를 선정하는데 참여했다. 그후 커피 전문 블로거로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매거진에 커피 칼럼 기고 및 스페셜티 커피쪽의 다양한 커피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였었다. 현재는 Aving News의 기자로 스페셜티 커피를 취재하고 있다.